질화갈륨 반도체의 도약, 고신뢰 특화소자 미래 연다(공학저널)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질화갈륨(GaN)’이다. 고속·고효율 특성을 기반으로 기존 실리콘(Si) 기반 소자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GaN 반도체는 전기차, 드론, 위성통신, 5G 기지국,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고전력·고주파 응용처에서 상용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이러한 기술 진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 GaN 기반 전력소자를 독자 개발하고 전공정 생산 인프라까지 확보한 기업은 매우 드물다. (주)시지트로닉스는 이러한 공백을 채우며 국내 특화 반도체 기술 자립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종합반도체(IDM) 기업이다.2008년 설립된 시지트로닉스는 ESD(정전기 보호소자), 광센서, 전력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특화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6인치 기반 특화반도체 전공정(M-FAB)을 구축함으로써 설계부터 Epi, 증착, 리소그래피, 식각, 테스트까지 모든 공정을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직 통합형 생산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같은 제조 자립력은 고신뢰성과 커스터마이징이 중요한 국방·우주항공 시장에서도 확고한 경쟁력을 제공한다.시지트로닉스가 보유한 대표 기술 중 하나는 GaN-on-Si 기반 전력 FET다. 이는 고전압·고속 스위칭이 필요한 환경에서 기존 Si 기반 파워 디바이스보다 더 높은 전력 밀도와 효율을 제공한다.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이 가능하며 소형화된 설계가 용이해 전기차 충전기, 고출력 서버 전원, 드론, 위성통신장비 등에 최적화돼 있다.또한 GaN-on-SiC RF Power 트랜지스터 기술도 확보하고 있어 S-band부터 Ka-band까지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고주파 통신 및 레이더 시스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K-방산 및 AESA 레이더, KF-21, FA-50, KDDX 등의 무기체계 핵심 부품 국산화에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센서 분야에서도 시지트로닉스는 의료 및 헬스케어 응용을 겨냥한 고성능 센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Flip Chip PD는 심박, 산소포화도, 혈압 등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용 핵심 센서로 국내 최초 양산에 성공했으며 APD(Avalanche Photo Diode)는 자율주행, 라이다, 드론, 야간 감시장비 등 고감도 광검출이 필요한 분야에 적용 중이다. 이미 30여 개 국내외 고객사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는 2025년부터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ESD 소자 부문에서는 전장용 Flip Chip TVS 제품이 주력이다. 특히 차량용 고출력 LED 조명과 스마트키를 회로 보호에 최적화된 구조로 미국·대만 등 일부 선진 기업만이 양산 가능한 제품이다. 시지트로닉스는 이를 국내 최초로 양산하며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방산용 MCT(MOS Controlled Thyristor) 역시 전략 물자로 분류돼 수출통제가 까다로운 품목이지만 국내 방산업체와 협력을 통해 양산체제를 구축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이처럼 시지트로닉스는 웨어러블, 전장, 국방, 우주항공, 에너지 등 다양한 응용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의 지속적인 기술이전과 FAB 공정기술 지원을 통해 MCT, GaN RF, 고감도 APD 등의 원천기술을 내재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Hamamatsu 등 글로벌 센서 전문 기업을 벤치마킹한 독자적 개발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시지트로닉스 조덕호 연구소장은 “우리는 비메모리 기반의 특화 반도체를 설계부터 제조까지 자체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IDM 기업으로 FAB 보유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적 개발 전략이 요구되는 사업”이라며 “특히 K-방산의 핵심 부품인 GaN RF Power 트랜지스터 국산화는 수출통제와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전략적 과제”라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우주·방산·전장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적 투자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시지트로닉스는 향후 5년간 GaN-on-SiC 기반 RF 전력 반도체의 자체 양산기술 확보를 통해 초고주파 통신과 우주항공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Flip Chip 센서 라인업을 확장하고 의료·스마트기기 수요에 대응한 고신뢰성 제품의 양산체계를 강화함으로써 특화 반도체 국산화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공학저널 전수진 기자 j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