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운드리 기반 K-국방반도체 생태계 조성해야
국방 반도체 수급 불안정...국내 개발 생산 시급 심규환 시지트로닉스 대표이사.우리나라 군용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는 98.9%에 달한다. 신무기 체계 기술개발과 수출입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K-방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다. 국방 반도체의 자립화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도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024년 9월 국방반도체사업단을 설치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도 2025년 2월 '국방반도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군용 반도체 시장은 연간 8%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32년에는 72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을 활용한 첨단 무기체계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탐지 센서, 데이터 전송, 전력 제어 등에서 반도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레이저 추적기, 전차와 잠수함 제어장치, 야시경, 레이더 시스템, 드론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도체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전자전과 첨단 통신 시스템에서도 반도체 기술력의 중요성이 커졌다.그러나 수출입 통제(E/L 규제) 등 국제 리스크로 국방 반도체 수급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국방 반도체의 국내 개발과 생산이 시급한 이유다.미국은 국무성(DoD) 산하에서 On Semiconductor, HRL, Northrop Grumman, Raytheon, Qorvo, Lockheed Martin Space, SkyWater Technology, Rockwell, IBM, MACom, SRI, Cree, Teledyne 등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군용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고전압, 대전류, 고주파, 광 소자 같은 특화 반도체 분야는 뒤처져 있다. KEC(IDM), 시지트로닉스(M-FAB, 특화반도체 파운드리), 웨이비스(RF 및 고주파 소자), 아이쓰리시스템(적외선 센서), 제엠제코(패키지 및 모듈 제조) 등의 기업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다.국내에는 아직 국방 반도체 개발과 사업화를 총괄할 파운드리 기업이 없다. 개발을 추진하려 해도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개발 비용 증가, 기술 보호의 한계, 긴 개발 기간 등 어려움이 크다.국방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두 가지 유형의 파운드리를 고려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전력, RF, 센서와 같은 특화 반도체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것이다. 비교적 소규모 투자로도 구축이 가능하므로 정부 입장에선 자금 지원의 효율성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프로세서, 시스템 IC, 인공지능 칩 등을 담당하는 초고집적회로 파운드리다. 이는 최소 5조원 이상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므로 기존 국내 대형 반도체 업체의 팹을 중심으로 유망한 팹리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군용 반도체는 군표준(MIL-STD)에 따른 품질 인증과 무기체계 실장 평가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개별 업체가 비용과 시간 부담을 지고 있다. 만약 군 전용 인증을 갖춘 파운드리에서 기본 인증된 제품을 제공하면 소규모 팹리스 업체들의 신속하고 경제적인 무기체계 채용이 가능해질 것이다.국내 연구기관은 최근 탄화실리콘(SiC), 질화갈륨(GaN), 산화갈륨(Ga2O3) 등 차세대 소재 기반 특수 반도체를 개발해 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다. 이들 신소재는 고전압, 고주파, 고온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우주항공과 군사 분야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신소재 반도체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투자가 긴요하다.국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은 단지 군사적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산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국방 반도체 분야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지금의 투자는 국방 안보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글 심규환 시지트로닉스 대표이사 khshim@sigetronics.com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