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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 GaN 파워 고주파 반도체, 최적의 출시시간은?

관리자 2026-02-12 조회수 28


<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


질화갈륨(GaN)은 독보적으로 우수한 물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파워 고주파(Power RF) 반도체로 오랜 기간 주목을 받아왔다. 높은 전력 밀도와 고주파 특성, 우수한 효율은 군통신과 레이더, 위성통신, 데이터센터 전력 시스템 등에서 강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술적 잠재력과는 달리 산업적 성장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GaN Power RF 반도체의 기술 성숙도와 시장 구조를 냉정하게 점검하고 최적의 출시시간, 타임 투 마켓(Time-to-Market)을 다시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GaN 기반 발광소자(LED)는 약 50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을 형성했다. 반면, GaN RF 반도체는 무선 및 위성 통신 분야에 채용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Power 응용 분야는 소형 충전기를 중심으로 진입한 지 5년 남짓으로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시장 규모 또한 1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이는 GaN이 지닌 기술적 우수성과 비교할 때 분명한 괴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시장 성장의 제약 요인은 복합적이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의 한계 속에서 실리콘(Si), 실리콘 카바이드(SiC), 갈륨 아세나이드(GaAs) 등 기존 고전압·고주파 반도체와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고전압 환경에서의 내구성과 장기 신뢰성 확보라는 기술적 과제 역시 GaN 확산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로 인해 지난 20여년간 GaN Power RF 기술을 선도해오던 다수의 벤처기업들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이자 기술 선도 기업인 TSMC가 2025년을 기점으로 GaN 파운드리 사업을 중단하고 이를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에 이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동시에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인피니온, 매컴, 르네사스와 같은 전통적인 반도체 강자들은 자본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GaN 관련 기업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는 GaN 반도체 산업이 기술 중심의 벤처 시대를 지나 중소·중견 기업 중심의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하다. 대규모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2~3개의 글로벌 기업이 각각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GaN Power RF 시장은 아직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대기업의 본격적인 진출은 여전히 시기상조며, 적정 시점을 예견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한국의 현실이다. 현재 한국의 GaN 반도체 기술 수준은 여전히 벤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5년 이내에 선도 국가들과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을 넘기면 인큐베이션을 통한 자발적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과거 GaAs 기반 화합물반도체 산업에서 반복된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을 위험을 내포한다.


오늘날 GaN Power RF 반도체는 군통신과 레이다를 넘어 함정, 전투기, 미사일 운용체계 전반에 적용되며 전쟁의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전략 무기와 관련된 국가 간 제재와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첨단 방위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GaN 반도체의 국산화와 기술 보호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에너지 효율 문제 역시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해법은 단일 기업의 자발적 투자나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개발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관 주도로 출발하되 민간으로 이양할 수 있는 구조를 전제로, 연구개발부터 양산까지를 아우르는 GaN FAB 기반의 핵심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고, 자생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되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운영 비용, 고급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최적의 타임 투 마켓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 향후 5년 내 가시적인 양산 체계를 확보하는 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핵심 반도체 기술의 해외 의존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전자신문, 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 dhcho@sigetronics.com